귓불에 주름이 있으면 작은 뇌혈관들이 막혀서 하얗게 변성되는 퇴행성 변화 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무려 7.3배 높았다. 치매 위험도도 2배 정도 높았다.
심뇌혈관 질환을 감지하는 데도 귀는 유용한 도구다. 그 기준은 귓불에 생긴 주름이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혈액량이 줄고 이 때문에 귓불에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지방이 빠지면서 대각선 귓불 주름이 생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이진산 교수는 “지난 40년간 대각선 귓불 주름이 심근경색·뇌졸중 등과 연관돼 있다는 보고가 다수 나왔다”고 말했다.
귀주름이 생기는 이유?
사람의 귀 모양은 40대까지 거의 변하지 않지만 50~60대가 되면 귓불에 주름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대각선 모양의 누름인데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노화의 한 현상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귓불 주름이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 아닌 ‘치매나 퇴행성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신호’라고 밝혔다.
실제로 귓불 주름이 있는 사람의 귀를 MRI로 검사한 결과 하얗게 막힌 미세한 혈관들이 찍혔다. 동일 인물의 뇌를 MRI로 촬영한 결과 역시 뇌혈관들이 막혀 하얗게 변성된 상태였다.
치매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의 전조 현상일 수도?
귓불 주름은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의 전조 증상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는 심장이 온몸 곳곳에 혈액을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펌프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강도가 약해져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졌고, 이것이 귓불 주름으로 나타난다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면 쉽다.
심장의 건강과 귓불 주름과의 상관관계는 1973년 호흡기 전문의 샌더스 T 프랭크의 연구로 밝혀진 내용인데, 때문에 귓불 주름을 ‘프랭크 징후’라고 부르기도 한다.
귀주름이 치매의 높은 징조라는 국내 연구
경희의대 이잔산 교수와 성균관의대 서사우언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경도인지장애 환자 471명과 일반인 243명을 대상으로 귀주름과 노혈관 문제(대뇌백질변성,치매)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귀주름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 대뇌백질변성(작은 뇌혈관들이 막혀서 하얗게 변성)의 위험도가 7.3배, 치매 위험도는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매 유발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의 침착과도 유관해보인다고 한다.
귀주름은 70대 이상에서 절반이나 나타나는 만큼 치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을 앓고 있는데 귀주름도 있다면 예방적인 차원에서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고 한다.
지나친 걱정은 불필요, 다만 귀주름이 신경쓰인다면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귓불 주름이 심장, 뇌 건강의 ‘적신호’로 밝혀지긴 했지만, 귓불 주름이 나타났다고 해서 앞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와 관련해 홍혜걸 의학박사는 의학 커뮤니티 ‘비온뒤’를 통해 “귓불 주름(과 치매와의 연관성)은 논문으로 뒷받침되는 사실이지만, 귓불 주름이 있다고 해도 지나친 걱정은 말라”고 조언했다. 오히려 귓불 주름을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여 치매, 뇌졸증 등의 조기 발견에 힘쓰라는 취지에서다.
일반적인 치매의 초기 증상은 심한 잠꼬대, 급격한 감정 변화, 건망증(단기기억상실증) 등으로 나타나므로 귓불 주름과 동반한 증상이 있는지 살펴,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필수다. 심장질환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만 빨리 걸어도 어지럽고 가슴이 뛴다면, 또 목, 어깨, 등의 부위에 압박감이 느껴진다면, 심한 피로나 무력감이 든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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